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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전기산업, '꼬리 없는 오랑우탄'에 머무를 것인가

기사승인 2020.11.29  10: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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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균 한국전기산업진흥회 회장>

에디슨의 말처럼 ESS에
패러다임 '진화'의 성패가 달렸다.
우리는 진화할 것인가,
도태될 것인가.
오늘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글로벌 ESS 시장의 맹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전기를 어떻게 저장하는지 알기 전까지 우리는 꼬리 없는 오랑우탄에 불과하다."(When we learn how to store electricity, we will cease being apes ourselves; until then we are tailless orangutans) 에디슨이 던진 이 말을 이해했던 사람은 당시 많지 않았다. 1880년대 후반 에디슨과 테슬라가 벌인, 이른바 '전류전쟁'이 테슬라가 주창한 '교류'의 승리로 막을 내린 이후 지금까지 교류 송전이 세계 표준으로 굳어졌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와 분산전원, ESS(에너지저장장치 ; Energy Storage System) 등 직류 전원이 급증하면서 전기산업의 진화(Evolution)는 결국 '에너지 저장기술'을 통해 가능하다는 에디슨의 주장이 130년이 지난 지금에야 빛을 발하고 있다.

전력 분야에서 새로운 종(種)으로 변화하기 위한 노력이 세계 각국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다. 세계는 기후변화와 자원고갈이라는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4차 산업혁명 물결 속에 대대적인 산업구조 개편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 전기산업은 "인류로 진화할 것인가, 꼬리 없는 오랑우탄에 머무를 것인가"라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에너지 전환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에너지원의 대표인 전력산업의 패러다임이 공급에서 수요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ESS의 중요성이 새삼 강조되고 있다. ESS는 생산된 전력을 저장했다가 전력이 필요한 시기에 공급하여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시스템을 말한다. ESS는 스마트그리드와 같은 차세대 전력망을 구현하는 핵심 요소이며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 영역, 생성된 전기를 이송하는 송배전 영역, 전달된 전기를 실제 사용하는 수용가 영역 등 전 분야에 적용된다. 이를 통해 전력망의 안정화와 효율화를 위한 주파수 조정 및 피크 저감, 신재생 출력 안정 등에 활용되고 있다.
우리나라 ESS 산업은 2014년 한국전력공사가 주파수 조정용(FR) ESS 사업을 시작한 이후 민간의 시장진입 확대 정책을 기반으로 세계 시장의 1/3(2018년/3.7GWh)을 차지할 만큼 크게 성장해 왔다. 대부분 산업이 선진국 기술을 따라가는 추격형 산업이었던 것에 반해, 국내 ESS 산업은 선도모델로 발전하여 세계 시장을 주도해 왔다. 특히 배터리의 경우, 국내 기업이 전 세계 6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며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선보인 바 있다.
 
하지만 2017년을 기점으로 발생한 29건의 화재 사고는 ESS 생태계에 혹독한 대가와 시련을 안겨주고 있다. 그동안 정부와 업계는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ESS 화재 원천차단 솔루션 기술을 개발한 것을 비롯해 제도개선, 안전장치 의무화와 충전율(SOC) 제한(실내 80%. 실외 90%) 등의 안전대책을 강구했다. 지난 2년간 발생한 화재 사고와 처리 과정은 다른 국가가 경험해 보지 않은 길을 앞서가는 과정에서 겪은 미래의 소중한 자산으로,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ESS 글로벌 시장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높아지면서 오는 2030년에는 258GWh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전력품질 유지 및 전력계통 안정화를 위해 ESS의 활용이 증가하고 있으며, 보급 확대 및 시장 창출을 위한 다양한 정책적 지원과 인센티브제도를 도입하는 추세다. 세계 시장 선점을 위해 BYD, 테슬라, 소니와 같은 배터리 업체와 ABB, 보쉬 등 다국적 전력변환장치(PCS) 업체들의 시장 참여로 ESS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ESS 시장은 화재 사고의 그늘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화재 사고 이후 무너진 생태계 복원에 대한 대안 부재와 제도 급변으로 시장이 크게 위축됐고, 사업 전망마저 불투명한 것이 현실이다. 국회 자료에 따르면 2018년 ESS 신규설비는 973개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476개로 50% 이상 줄었다. 신규설비 용량도 3.7GWh 수준에서 1.8GWh로 축소됐다.

정부가 추진 중인 그린뉴딜 정책에도 ESS 활성화 대책은 크게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업계의 시름이 깊다. 우리의 앞선 실증 경험과 축적된 기술이 허무하게 사라져서는 안 된다. 쉽게 얻는 성공은 없다. 화재 사고에 대한 안전대책이 충분히 마련된 만큼 자신감과 용기를 갖고 ESS 활성화에 나설 때다.

ESS는 제조(배터리, BMS, PCS, PMS 등) 및 디벨로퍼, 시스템인테그레이션(SI)은 물론 EPC사와 ESS를 운영-관리하는 유지보수(O&M) 등의 거대한 생태계가 참여하는 대표적인 융복합 산업인 만큼 한국판 뉴딜 정책의 최일선에서 일자리 창출과 해외시장 진출 전략에도 최적화되어 있는 품목이다. 더이상 뒷걸음쳐서는 안 된다. 기술 수준 제고와 관련 법?제도를 보완하여 다시금 글로벌 시장에 도전해야 한다.

ESS 산업을 확대하고 있는 국가의 공통점은 법적 뒷받침, 보조금 및 연구기금 지원, 세금 감면 등의 정책지원에 의존하는 시장 특성을 가진다는 사례는 눈여겨볼 대목이다.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 및 ESS 특례요금제도 일몰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신규사업 부진에 대해서는 연착륙할 수 있도록 제도적, 전략적 방안이 보완되어야 한다.

장기적으로 민간 사업자 중심의 ESS 시장 생태계 조성 프로그램을 만들고, 글로벌 시장 확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출 활성화 비즈니스 전략도 시급히 마련돼야 할 시점이다. 기술 및 산업 간 융복합을 지향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진정한 블루오션은 기술개발만이 아니라 비즈니스에 대한 가치 창출이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다. 이른바 ‘블루오션 시프트(BlueOcean Shift)’ 전략을 통해 새로운 시장과 비즈니스를 만들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에디슨의 말처럼 ESS에 전기산업 패러다임 '진화'의 성패가 달렸다. 우리는 진화할 것인가, 도태될 것인가. 오늘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우리나라가 글로벌 ESS 시장의 맹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전력경제 epetimes@epetimes.com

<저작권자 © 전력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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